내 가난을 증명하는 경쟁 by 여름숲

20대, 내 가난을 증명하는 경쟁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243


이해가 안 되는 주장이다. 요즘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 하는 프레임으로, 사안에 따라 복잡다단할 수 밖에 없는 복지 문제를 칼로 자르듯 두 개로 나눠 놓고 이 중에 뭘 선택할래? 하는 장면을 많이 본다. 텔레비전 뉴스도 신문기사도 마찬가지다. 

나는 국립대학을 다녔지만 어쨌든 등록금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과외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과외로 버는 돈은 생활비로 거의 다 나가고 학기마다 돌아오는 등록금 고지서는 부담이었고 위협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장학금을 받아 보려고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장학금 지원서'를 쓰고 가난을 증명하는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제한된 장학금 자원을 잘사는 집 자식과 못사는 집 자식이 똑같이 나눠 갖느니, 못사는 집 자식한테 몰아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건 초등학생 무료 급식과는 다른 문제다.) 못사는 집 자식한테 장학금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각종 서류를 제출해서 어떻게든 가난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서류 절차가 간소하거나 허술하면 잘사는 집 자식들도 장학금을 손쉽게 탈 수 있게 된다. 이런 건 제대로 된 복지가 아니다.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 하면서, 진보 진영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보수 진영에서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듯한데, 이게 그렇게 무자르듯 나눌 수 있는 문제인지 모르겠다. 나는 모든 대학생이 반값 등록금을 내느니, 못사는 집 자식들은 무료로 대학을 다닐 수 있고, 잘사는 집 자식들은 전액 등록금을 내는 편이 훨씬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덧글

  • 구름 2013/01/03 13:09 # 답글

    동감! 그것도 더 확실히..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구
    스무살 나이엔. 남들과의 집안 상황 비교로 마음 다치는 것보다 등록금 버느라 다른 대학 생활 거의 못하는 게 더 안타깝다. 그런 걸 알 나이라고 생각해.
    저런 주장..정말 돈이 없어서 등록금 걱정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일까?

    '진보진영'의 정책들이.. 대체로 너무 '둔한' 것이 아쉬워.
    정책이란 건.. "우리 마음 알잖아?" 로 해결되지 않는 건데. 일례로 노무현 정부 때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그랬지.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법이 되고말다니...
  • 드와이트 2013/01/04 06:45 # 삭제 답글

    오홋..날카로운 지적 잘 봤습니다 ㅋ
  • 야광 2013/01/09 09:56 # 삭제 답글

    등록금에 한정한 문제라면, 또는 반값이 목적이라면 맞는 말씀이지만
    진짜 목적은 사회 전체를 아루를 수 있는 보편적 복지이므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기점으로 본다면 모든 대학생의 반값이 더 적당하다고 생각되네요.
  • 여름숲 2013/01/11 09:27 #

    '보편적 복지'라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정치에서는 좀더 섬세한 논의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저 기사가 너무 감성에 호소하는 듯한 느낌이라 불만이었어요.(저런 이유로 무조건 반값등록금이라니 좀 순진하달까..?)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