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학교 by 여름숲


나는 이 예능을 사랑하였다. 

뻔하게 들리는 말들이 사실은 진실이다. 
지금 이 순간의 목표와 감각에 충실하는 것.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지 않는 것. 
현재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어느새 그것과 너무 먼 삶을 살고 있다. 


뒤통수 by 여름숲

나는 살면서 뒤통수를 맞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이번에 뒤통수를 맞아 보고서야 알았다. 
누군가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세계. 그런 비정한 세계가 손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구나, 
나는 참 안전한 세계 속에서 순진한 채로 살아왔구나 싶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에 대해 기대를 했다는 거고, 
그 기대는 상대방이 제공한 것이라기보다 나 스스로 만든 것에 불과했다.

결국 내 탓, 애초에 기대를 한 내 잘못.  

아기에 대한 꿈 by 여름숲

꿈에서 나는 까만 강아지를 하나 데리고 있었다. 이래저래 바쁜 나머지 먹을 것도 제대로 안 챙겨 준 모양이었다. 어느 날 아침 바쁘게 출근하려는데 강아지 밥을 안 준 것 같아서 지각을 할 각오를 하고 강아지 밥을 챙겨 주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강아지가 아기로 바뀌어 있었다. 내가 엄마는 아니고, 이모나 엄마친구 정도 되는 느낌. 아기가 방긋방긋 웃어서 무척 기뻤다. 아기의 웃는 얼굴을 뒤로 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아기가 울면서 뛰어나왔다. (아까만 해도 갓난아기였는데 이제 말도 할 줄 알고 걸을 줄 아는 어린이가 되어 있다.) 아이는 혼자 있어서 너무 외로웠다며 내 품에 안겨서 펑펑 울었다. 나는 너무 미안해서 나도 어릴 적 혼자 있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외로움을 안다며, 나는 아이에게 그런 경험을 주지 말아야지 했는데, 이렇게 되고 말았다며 자책했다. 그러다 깼다. 깨고 나서는 꿈에서까지 웬 엄마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괴로워하는가 싶었다. 나는 엄마도 아니면서. 꿈에까지 따라오는 코르셋, 엄마라면 아이를 잘 보살펴야 한다는 관념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 방긋방긋 웃는 아기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 심란했다. 

잠에서 깨 읽은 글에는 아래와 같은 시집 제목이 있었다.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이달의 어린이책(2015.10) 야단법석 부처님 박물관 by 여름숲


나름 어린이책 편집자인데 
관련 글이 너무 없는 것 같아
회사 업무 중의 일부를 옮겨 놓는다. 

팀에서는 매달 출간된 어린이 논픽션 중 
몇 권을 골라 읽고 의견을 나누는데 
그중 좋게 읽은 것 위주로 올리겠다. 



- 실제 유물을 통해 불교의 역사, 불교가 낳은 시각문화, 삶 속의 종교문화 등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웬만한 어른 책보다도 체계가 있고,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시각자료도 풍부해 무척 잘 짜여진 정보서다.

-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에서 집필했다고 하는데 특별한 개성은 없지만 깊이있는 정보들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잘 설명하고 있다. 한 꼭지의 글이 길지 않아 읽기에 부담이 없으며 풍부한 시각자료가 뒷받침되어 있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있다. 그림은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내용을 이어주고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적절히 해내고 있다.

- 서양에 비해 미술교육, 박물관 교육이 열악한 상황에서 이런 책이 나온다는 건 반길 만한 상황이다. 당장의 수요가 크진 않겠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러한 기획을 꾸준히 해 주었으면.























표지의 이 유물은 대학 시절 한국미술사 수업 때 배운 기억이 난다.
정확한 명칭이나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안휘준 교수가 이 유물을 너무나 귀여워해서 인상에 남았다.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허리를 살짝 비틀어 만들어 낸 
저 앙증맞은 에스라인.



연말의 시작 by 여름숲

파란만장한 노조 생활을 
그때그때 기록해 두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제부터라도 해 볼까?

그러나 사측은 늘 보안을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블로그라도 
구체적인 내용을 기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두루뭉술한 상념 따위 끄적이다가 말겠지. 

어제는 시상식. 
백 선생의 대쪽같은 자존심과 신념에 나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P로부터 나와 관계가 좋지 않은 C에게 '부딪쳐 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나는 늘 부딪쳐 왔는데?' 하고 넘겨 버리고 말았지만 
P가 말한 '부딪침'은 다른 의미라는 걸 알고 있다.
뒤에서 불평불만만 늘어놓지만 말고
'저 사람은 나랑 안 맞는 사람이야' 하고 체념하지 말고 
부딪쳐서 갈등을 표면화하고 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내라는 말이겠지. 

그러나 오히려 더 큰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그 정도의 에너지와 감정을 쏟을 만큼
나는 C에게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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